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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粲[왕찬] 登樓賦[등루부] 성루에 올라
 글쓴이 : 하늘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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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樓賦[등루부] 성루에 올라

 

- 王粲[왕찬] -

 

이 누각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며 / 登茲樓以四望兮[등자루이사망혜]

한가한 날을 틈타 시름을 씻노라네 / 聊暇日以銷憂[요가일이소우]

이 누각 있는 곳 경관을 둘러보니 / 覽斯宇之所處兮[남사우지소처혜]

참으로 활짝 트여 견줄 데가 드무네 / 實顯敞而寡仇[실현창이과구]

끼고도는 맑은 장수 강어귀로 통하고 / 挾淸漳之通浦兮[협청장지통포혜]

저수 굽이에 치우친 모래톱이 기다랗네 / 倚曲沮之長洲[의곡저지장주]

물가 둔덕 뒤로 넓은 언덕 펼쳐지고 / 背墳衍之廣陸兮[배분연지광륙혜]

앞으로는 저습지가 젖어 흐르네 / 臨皋隰之沃流[임고습지옥류]

북쪽으로는 도주공의 목장과 닿아있고 / 北彌陶牧[북미도목]

서쪽으로는 초소왕의 능묘에 접하였네 / 西接昭丘[서접소구]

꽃과 열매들이 들녘을 덮었고 / 華實蔽野[화실폐야]

밭에는 곡식들이 풍성하네 / 黍稷盈疇[서직영주]

실로 아름다우나 내 고향 아니니 / 雖信美而非吾土兮[수신미이비오토혜]

어찌 잠시인들 더 머물 수 있으랴 / 曾何足以少留[증하족이소류]

혼탁한 난세 만나 여기저기 떠돌며 / 遭紛濁而遷逝兮[조분탁이천서혜]

기나긴 12년 지나 지금에 이르렀네 / 漫踰紀以迄今[만유기이흘금]

고향 그리워 돌아갈 마음 간절하니 / 情眷眷而懷歸兮[정권권이회귀혜]

누군들 이 시름을 견딜 수 있으랴 / 孰憂思之可任[숙우사지가임]

난간에 의지하여 아득히 바라보며 / 憑軒檻以遙望兮[빙헌함이요망혜]

북풍을 마주하여 앞섶을 활짝 여네 / 向北風而開襟[향북풍이개금]

평원 저 멀리 눈이 닿는 끝에는 / 平原遠而極目兮[평원원이극목혜]

형산의 높은 봉우리가 가로막고 / 蔽荊山之高岑[폐형산지고잠]

길은 구불구불 아득히 이어져도 / 路逶迤而修迥兮[노위이이수형혜]

넘실거리는 물이 건너기에 깊으니 / 川旣漾而濟深[천기양이제심]

오래도록 고향 길 막힘이 슬퍼 / 悲舊鄕之壅隔兮[비구향지옹격혜]

눈물이 주루룩 흘러 금할 수 없네 / 涕橫墜而弗禁[체횡추이불금]

옛날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 昔尼父之在陳兮[석니부지재진혜]

돌아가자 돌아가자 탄식하였으며 / 有歸歟之歎音[유귀여지탄음]

종의는 갇혀서도 초의 음악 연주했고 / 鍾儀幽而楚奏兮[종의유이초주혜]

장석은 출세해서도 월어로 신음 했네 / 莊舃顯而越吟[장석현이월음]

사람 마음은 같아 고향땅을 그리나니 / 人情同於懷土兮[인정동어회토혜]

궁하거나 달하거나 그 마음이 다르랴 / 豈窮達而異心[기궁달이이심]

생각거니 세월만 덧없이 빨리 가고 / 惟日月之逾邁兮[유일월지유매혜]

황하 맑기 기다려도 끝이 없구나 / 俟河淸其未極[사하청기미극]

바라건대 왕도로써 단번에 평정되면 / 冀王道之一平兮[기왕도지일평혜]

제왕의 큰 길 빌려 재주 맘껏 펼치련만 / 假高衢而騁力[가고구이빙력]

박처럼 매달려 있는 부류 될까 두렵고 / 懼匏瓜之徒懸兮[구포과지도현혜]

우물 깨끗이 치워도 안 마실까 두렵네 / 畏井渫之莫食[외정설지막식]

느긋이 걸으며 한가로이 배회하니 / 步棲遲以徙倚兮[보서지이사의혜]

밝은 해가 돌연 숨으려고 하고 / 白日忽其將匿[백일홀기장닉]

소슬바람 한꺼번에 일어나서 / 風蕭瑟而並興兮[풍소슬이병흥혜]

하늘도 비통한 듯 빛을 잃어 버렸네 / 天慘慘而無色[천참참이무색]

짐승은 정신없이 무리를 찾고 / 獸狂顧以求群兮[수광고이구군혜]

새들은 서로 울며 날개 퍼덕이네 / 鳥相鳴而擧翼[조상명이거익]

벌판에는 고요하니 사람이 없고 / 原野闃其無人兮[원야격기무인혜]

출정하는 사람만 감에 쉬지 못하네 / 征夫行而未息[정부행이미식]

마음 애통하여 감정이 발동하니 / 心悽愴以感發兮[심처창이감발혜]

생각도 슬퍼져서 가슴이 아파오네 / 意忉怛而憯惻[의도달이참측]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려니 / 循堦除而下降兮[순계제이하강혜]

원통함이 가슴에 치밀어 올라 / 氣交憤於胸臆[기교분어흉억]

깊은 밤 되어도 잠 못 이루고 / 夜參半而不寐兮[야삼반이불매혜]

슬픔에 배회하다 누워 뒤척이네 / 悵盤桓以反側[창반환이반측]

 


왕찬[王粲] 후한(後漢) 말기와 삼국 시대 위()나라의 문인으로 자가 중선(仲宣)이다. 산양(山陽) 고평(高平) 사람이다. 박람다식(博覽多識)하고 문사(文詞)가 넉넉하였다. 후한(後漢) 헌제(獻帝)가 동탁(董卓)의 강요에 못 이겨 장안(長安)으로 천도하였을 때 배종했고, 거기서 당대의 학자 채옹(蔡邕)의 눈에 들었다. 채옹(蔡邕)은 그의 재주를 훌륭하게 여겨 그가 올 때마다 신을 거꾸로 신고 나와 마중하였다 한다. 17세 때에 사도(司徒)의 임명을 사양하였다. 얼마 후 동탁이 암살되어 장안이 혼란에 빠지자 형주(荊州)로 몸을 피해 유표(劉表)를 의탁해 15년을 지냈다. 유표가 죽자 유표의 아들 유종(劉琮)을 설득하여 조조(曹操)에게 귀순시키고 자신도 승상연(丞相椽)이 되고 관내후(關內侯)에 봉해졌다. 후에 조조가 위왕이 되자 시중(侍中)으로서 제도개혁에 진력하는 한편, 조씨 일족을 중심으로 하는 문학집단 안에서 문인으로서도 활약하였다. 조식(曹植)과 더불어 조왕(曹王)으로 불렸다.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이자 대표적 시인으로 가장 표현력이 풍부하고 유려하면서도 애수에 찬 시를 남겼는데 등루부(登樓賦), 종군시(從軍詩) 5, 칠애시(七哀詩) 3수는 유명하다. 문집으로 왕시중집(王侍中集)이 있다. 왕찬이 일찍이 유표(劉表)에게 가서 의지해 있을 때 유표는 그의 외모가 못생기고 몸이 약하며 예법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여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 왕찬은 뜻을 얻지 못하고 고향이 그리워지자 당양성루(當陽城樓: 혹은 강릉성루江陵城樓)에 올라가 시사를 한탄하고 고향을 생각하며 진퇴위구(進退危懼)의 정을 서술하여 등루부(登樓賦)를 지은 고사가 있다. <文選 卷11 登樓賦><三國志 卷21 魏書 王粲傳>

가일[暇日] 여가가 있는 날. 한산한 날. 한가한 날.

현창[顯敞] 지세가 널찍하다.

분연[墳衍] 물가의 평지에 둔덕이 있는 지대. 평지와 물가에 비옥하고 평평한 넓은 토지. 물가의 높은 곳을 분()이라 하고, 낮고 평평한 곳을 연()이라 한다. 오토(五土)의 하나이다.

오토[五土] 오토(五土)는 다섯 가지 토지, 곧 산림(山林천택(川澤구릉(丘陵분연(墳衍 물가의 평지원습(原隰 높은 벌판과 낮은 진펄)을 가리킨다. 춘분과 추분을 지난 무자(戊子) 일을 사일(社日)이라고 하며, 이날 여기에 제사를 지낸다. <周禮 地官 大司徒>

오토[五土] 산림(山林), 천택(川澤), 구릉(丘陵), 하천지(河川地), 저습지(低濕地)의 다섯 곳을 관장하는 신을 말한다. <漢語大詞典>

도목[陶牧] 도목(陶牧)은 도주공(陶朱公)의 장지(葬地)를 이른다. 도주공은 춘추시대 월()나라의 범려(范蠡)를 이른다. 월왕(越王) 구천(勾踐)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킨 후에 관직을 버리고 도(: 지금의 산동山東 조현曹縣) 땅으로 가서 장사를 하여 거만금을 모으고 자칭 도주공이라 하였다. ()은 교외(郊外)이다. 호북(湖北) 강릉(江陵) 서쪽에 도주공의 묘가 있었기 때문에 도목(陶牧)이라고 한 것이다. 도주공이 목축(牧畜)을 하였다는 설도 있어 도목(陶牧)을 도주공의 목장(牧場)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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