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닷컴ː명시채집

하늘구경  



 

신부(新婦) / 서정주
 글쓴이 : 하늘구경
조회 : 1,476  
 
신부(新婦)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 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버렸습니다.
 
- 서정주 -
 
 



번호 제     목 조회
28 정님이 / 이시영 1169
27 무덤생각 / 김용삼 1197
26 청노루 / 박목월 1215
25 고사(古寺) / 조지훈 1216
24 지리산(智異山) / 이시영 1221
23 산노래 / 이시영 1222
22 고향 / 정지용(鄭芝溶) 1279
21 머리끄락 / 마경덕 1385
20 국화 옆에서 / 서정주 1408
19 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 / 서정주 1409
18 시래기 한 움큼 / 공광규 1441
17 적경(寂境) / 백석(白石) 1458



 1  2  3  4  5  
 
 


졸시 / 잡문 / 한시 / 한시채집 / 시조 등 / 법구경 / 벽암록 / 무문관 / 노자 / 장자 /열자

한비자 / 육도삼략 / 소서 / 손자병법 / 전국책 / 설원 / 한서 / 고사성어 / 옛글사전

소창유기 / 격언연벽 / 채근담(명) / 채근담(건) / 명심보감(추) / 명심보감(법) / 옛글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