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글닷컴ː벽암록碧巖錄

하늘구경  

 

 

 

눈썹이 아직 남아 있는가


-[제008칙]미모재마 -


<수시> -----------------------------

참진리를 터득하면, 길을 가면서도 참진리를 자유롭게 쓸 수 있음이, 용이 물을 얻고, 호랑이가 산을 의지하는 것과도 같다. 참진리를 터득하지 못하면, 세속적으로 처신함이, 숫양이 담장을 치받고 뿔이 울타리에 걸려 꼼짝 못하는 꼴이 되거나, 나무를 지키며 토끼가 부딛쳐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도 같다. 참진리를 터득한 사람의 한마디는 때로는 웅크린 사자와도 같고, 때로는 금강왕의 보검과도 같으며, 때로는 모든 이의 말문을 막아버리고, 때로는 잔물결을 따르고 큰물결 타는 것과도 같다. 또 길을 가다가도 참진리를 씀이, 마음을 알아주고, 기분을 헤아리며, 희비를 알아차려, 서로 꼭 마음이 들어맞아 서로의 밝음을 증명할 수도 있다. 세속적으로 처신하는 자에게는, 지혜의 눈을 갖추고서, 시방을 방비하며, 깎아지른 천길 절벽을 세울 수도 있다. 그래서 참진리의 큰 쓰임이 나타남은 법칙에 얽매어 있지 않다고 한 것이다. 때로는 한 포기 풀이 일장육척 금빛 부처님으로 쓰이게 하고, 때로는 일장육척 금빛 부처님이 풀 한 포기로 쓰이게 하기도 한다. 자 말해보아라. 이 어떤 도리인가. 그래 자세히 알았는가.


<본칙> -----------------------------

취암스님이 하안거 끝에 대중법문을 하였다.

“한여름 결제 이후로 여러분들을 위해서 설법했는데, 취암의 눈썹이 붙어 있는가?”

보복스님이 답했다.

“도둑질하는 놈이 정직할 리 없다.”

장경스님이 답했다.

“눈썹이 자꾸 자라고 있다.”

운문스님이 답했다.

“함정이다. 함정. 조심해.”


<송> -------------------------------

취암이 보인 뜻

천고에 상대할 이 없네

함정이다 조심해 응수하다니

돈 잃고 죄 덮어 쓴 꼴


보복의 완곡한 말씀도

칭찬인지 비난인지 알 수가 없네.

말 많다 취암이여

정녕코 도둑놈이로다


흰옥에는 티가 없으나

누가 가려내겠는가.

장경화상 똑똑히 알아

눈썹 자꾸 자란다 했네


-[第008則]眉毛在麽 -

<垂示> 垂示云. 會則途中受用. 如龍得水. 似虎靠山. 不會則世諦流布. 羝羊觸藩守株待兎. 有時一句. 如踞地獅子. 有時一句. 如金剛王寶劍. 有時一句. 坐斷天下人舌頭. 有時一句. 隨波逐浪. 若也途中受用. 遇知音別機宜. 識休咎相共證明. 若也世諦流布. 具一隻眼. 可以坐斷十方. 壁立千仞. 所以道. 大用現前. 不存軌則. 有時將一莖草. 作丈六金身用. 有時將丈六金身. 作一莖草用. 且道. 憑箇什麽道理. 還委悉麽. 試擧看.

<本則> 擧. 翠巖夏末示衆云. 一夏以來. 爲兄弟說話. 看翠巖眉毛在麽. 保福云. 作賊人心虛. 長慶云. 生也. 雲門云. 關.

<頌> 翠巖示徒. 千古無對. 關字相酬. 失錢遭罪. 潦倒保福. 抑揚難得. 嘮嘮翠巖. 分明是賊. 白圭無玷. 誰辨眞假. 長慶相諳. 眉毛生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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