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닷컴ː한비자韓非子

하늘구경 

 

 

 

 

송양지인, 스스로 인의를 행하려다(宋襄之仁 송양지인)


- 한비자 제32편 외저설(좌상)[503]-


송나라 양공이 초나라 군대와 탁곡의 강가에서 싸우고 있었다. 송나라 군대는 이미 진열을 갖추고 있었는데, 초나라 군대는 아직 강물을 건너오지 못하고 있었다. 우사마인 구강이 달려와서 이렇게 말했다.

“초나라 군대는 많은데 우리 송나라 군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초나라 군대를 중간쯤 건너오게 하여, 진열을 갖추기 전에 그들을 공격하도록 빨리 결심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적은 반드시 패배할 것입니다.”

양공이 말했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군자는 이미 상처를 입은 자에게 재차 상처를 주지 않으며, 또 백발 노인을 체포하지 않으며, 사람을 곤경에 빠지게 하지 않으며, 협소한 곳에 몰아넣지 않으며, 전력을 갖추지 못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초나라 군대가 완전히 건너오기도 전에 습격을 한다는 것은 도의가 허락하지 않는다. 초나라 군대가 완전히 강을 건너고 진을 구축한 다음 북을 치고 공격해야 할 것이다.”

우사마는 말했다.

“군주께서는 우리 송나라 백성을 사랑하거나, 심복 부하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보다 단지 도의만을 행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양공은 뜻을 굽히지 않고 다시 말했다.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군법으로 처벌하겠다.”

그리하여 우사마는 어쩔 수 없이 진지로 돌아갔다. 초나라 군대는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양공은 북을 치며 공격했으나 송나라 군대는 크게 패하고 양공은 다리에 상처를 입고 사흘만에 사망했다.

이 사건이야말로 군주 스스로가 인의를 행하려다 입은 피해인 것이다. 군주가 스스로 행한 다음에 백성으로 하여금 실천하도록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군주가 스스로 경작하여 식량을 만들고, 병사와 함께 싸워 시범을 보인 뒤에 비로소 백성에게 농사를 짓도록 하거나 전쟁을 하도록 한다면, 그러한 일은 곧 군주에게 위태로운 결과를 초래한다. 백성만을 평안히 하기 위해서 군주가 희생할 수는 없다.


- 韓非子 第32篇 外儲說(左上)[503]-

宋襄公與楚人戰於涿谷上. 宋人旣成列矣, 楚人未及濟. 右司馬購强趨而諫曰:「楚人衆而宋人寡, 請使楚人半涉未成列而擊之, 必敗.」 襄公曰:「寡人聞君子曰: ‘不重傷, 不擒二毛, 不推人於險, 不迫人於阨. 不鼓不成列.’ 今楚未濟而擊之, 害義. 請使楚人畢涉成陳而後鼓士進之.」 右司馬曰:「君不愛宋民, 腹心不完, 特爲義耳.」 公曰:「不反列, 且行法.」 右司馬反列, 楚人已成列撰陳矣, 公乃鼓之. 宋人大敗, 公傷股, 三日而死. 此乃慕自仁義之禍. 夫必恃人主之自躬親而後民聽從, 是則將令人主耕以爲上, 服戰鴈行也民乃肯耕戰, 則人主不泰危乎? 而人臣不泰安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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