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닷컴ː한비자韓非子

하늘구경 

 

 

 

 

인의의 정치를 하지 마라


- 한비자 제35편 외저설(우하)[201]-


진나라 소왕이 병에 걸렸다. 백성들은 마을마다 소를 사들여 제물로 하여 왕의 쾌유를 빌었다. 공손연은 외출하여 그것을 보고 궁내에 돌아가서 왕에게 축하의 말을 했다.

“백성들은 마을마다 소를 사들여 왕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왕은 사람을 보내어 조사하게 했더니 말 그대로였기 때문에 이렇게 일러두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벌로써 갑옷을 두벌씩 공출하게 하라.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기도를 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성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나도 그들을 위해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자애심을 베풀어 그들의 환심을 얻으려고 한다면 법은 있으나마나 할 것이다. 법이 그렇게 되면 국가는 망한다. 그러므로 마을 사람들에게 벌로 갑옷을 공출케 하여 정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일설은 다음과 같다.

진나라 소양왕이 병으로 눕게 되었다. 백성들은 왕을 위해서 기도했는데, 왕이 완쾌하자 소를 잡아 잔치를 했다. 신하인 염알과 공손연이 외출하여 그것을 목격하고 물었다.

“춘추에 행하는 토지신의 제사나 동지에 행하는 여러 신들에 대한 제사도 아닌데 왜 소를 잡아 잔치를 하는가.”

백성들이 대답했다.

“임금께서 병석에 누워 계신다고 해서 기도를 드렸는데 다행히 병이 쾌유되셨기 때문에 고마워서 소를 잡아 잔치를 하는 중입니다.”

염알과 공손연은 기뻐하며 왕에게 보고했다.

“왕께서는 요와 순 임금보다 훨씬 영광스럽습니다.”

왕이 놀라며 물었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비록 요순 때에도 백성은 기도를 올리지 않았는데 왕께서 편찮으시다는 말을 들은 백성들은 소를 바쳐 기도를 올리더니, 완쾌되시자 소를 잡고 축제를 베풀고 있으니 어찌 요순보다 높으신 군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왕은 사람을 보내어 조사한 뒤에 그 마을의 장을 처벌하고 마을마다 갑옷 두 벌씩 공출하게 했다. 염알과 공손연은 염치가 없어 말 한 마디 못했다. 몇 달 후 왕이 잔치를 베풀고 환락이 무르익어 갈 무렵 염알과 공손연이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에 저희가 왕은 요순과 비교한 것은 아첨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요순이 병이 들었어도 백성들은 그 때문에 기도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왕께서 병이 드시자 백성들은 소를 바쳐 기도하고, 병이 나으시자 소를 죽여 축하의 잔치를 베풀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그 마을의 장들을 처벌하시고, 갑옷 두 벌씩을 공출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그 도리를 모르고 있는가. 그들 백성들이 나를 위하여 기도한 것은 나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 권세를 두려워하고 기도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권세를 버리고 백성들과 어울리라는 말인가. 그 때 내가 백성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위해서 아무 일도 해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리하여 나는 은혜에 의한 정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 韓非子 第35篇 外儲說(右下)[201]-

秦昭王有病, 百姓里買牛而家爲王禱. 公孫述出見之, 入賀王曰:「百姓乃皆里買牛爲王禱.」 王使人問之, 果有之. 王曰:「訾之人二甲. 夫非令而擅禱者, 是愛寡人也. 夫愛寡人, 寡人亦且改法而心與之相循者, 是法不立 法不立, 亂亡之道也. 不如人罰二甲而復與爲治.」

一曰: 秦襄王病, 百姓爲之禱 病愈, 殺牛塞禱. 郎中閻遏· 公孫衍出見之, 曰:「非社臘之時也, 奚自殺牛而祠社?」 怪而問之. 百姓曰:「人主病, 爲之禱 今病愈, 殺牛塞禱.」 閻遏· 公孫衍說, 見王, 拜賀曰:「過堯· 舜矣.」 王驚曰:「何謂也?」 對曰:「堯· 舜其民未至爲之禱也. 今王病, 而民以牛禱 病愈, 殺牛塞禱. 故臣竊以王爲過堯· 舜也」 王因使人問之, 何里爲之, 訾其里正與伍老屯二甲. 閻遏· 公孫衍媿不敢言. 居數月, 王飮酒酣樂, 閻遏· 公孫衍謂王曰:「前時臣竊以王爲過堯· 舜, 非直敢諛也. 堯舜病, 且其民未至爲之禱也 今王病而民以牛禱, 病愈, 殺牛塞禱. 今乃訾其里正與伍老屯二甲, 臣竊怪之.」 王曰:「子何故不知於此? 彼民之所以爲我用者, 非以吾愛之爲我用者也, 以吾勢之爲我用者也. 吾釋勢與民相收, 若是, 吾適不愛而民因不爲我用也, 故遂絶愛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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