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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祭文[자제문]스스로 쓴 제문
- 陶淵明[도연명]-
歲惟丁卯[세유정묘]해는 정묘년 律中無射[율중무사]음력 구월 天寒夜長[천한야장]날씨는 차고 어두운 밤은 긴데 風氣蕭索[풍기소삭]쓸쓸하고 삭막한 바람만 불어오네 鴻雁于往[홍안우왕]기러기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草木黃落[초목황락]초목은 누렇게 시들어 떨어지네 陶子將辭[도자장사]나는 逆旅之館[역려지관]나그네길 잠시 머물던 곳을 떠나 永歸於本宅[영귀어본택]영원히 본 집으로 돌아간다네 故人悽其相悲[고인처기상비]정든 사람들은 애절히 슬퍼하며 同祖行於今夕[동조행어금석]떠나는 나를 위해 제사 지내네 羞以嘉蔬[수이가소]제사상에 음식을 잘 차려 놓고 薦以淸酌[천이청작]맑은 술을 따라 올리네 候顔已冥[후안이명]그러나 나의 얼굴 이미 어둡고 聆音愈漠[영음유막]말을 들으려 해도 침묵만 더할 뿐 嗚呼哀哉[오호애재]아! 슬프다 茫茫大塊[망망대괴]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유유고민]더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시생만물]거기에서 세상 만물이 나오고 余得爲人[여득위인]나는 그 중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自余爲人[자여위인]사람으로 내내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봉운지빈]가난한 운을 만나게 되어 簞瓢屢罄[단표누경]그릇이며 곳간은 늘 비어 있고 絺綌冬陳[치격동진]갈포를 걸치고 겨울을 지냈으나 含歡谷汲[함환곡급]계곡 물을 마시며 기뻐하고 行歌負薪[행가부신]나뭇짐을 지고 가며 노래했네 翳翳柴門[예예시문]늘 사립문을 닫아걸고 지내기를 事我宵晨[사아소신]밤이나 낮이나 일삼았네 春秋代謝[춘추대사]봄과 가을이 바뀌도록 有務中園[유무중원]부지런히 들에 나가 일하였네 載耘載耔[재운재자]때로는 김을 매고 때로는 북돋우며 迺育迺繁[내육내번]그렇게 키우고 늘려나갔네 欣以素牘[흔이소독]기쁜 마음으로 때론 글을 읽고 和以七絃[화이칠현]또한 때로는 거문고를 즐겼네 冬曝其日[동포기일]겨울에는 따스한 햇볕을 쬐고 夏濯其泉[하탁기천]여름에는 찬 샘물에 몸을 씻었네 勤靡餘勞[근미여로]온 힘을 기울여 고생스레 일을 해도 心有常閒[심유상한]마음은 늘 한가로웠네 樂天委分[낙천위분]즐거운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以至百年[이지백년]그렇게 지난 평생을 살았네 惟此百年[유차백년]이러한 백년도 못되는 세월을 夫人愛之[부인애지]사람들은 애지중지하며 懼彼無成[구피무성]이룬 것이 없음을 염려하고 愒日惜時[게일석시]하루라도 더 살려고 시간을 아끼네 存爲世珍[존위세진]살아서는 세상에 귀히 되길 바라고 沒亦見思[몰역견사]죽어서도 역시 기억되길 생각하네 嗟我獨邁[차아독매]그러나 나만 홀로 고매하게 曾是異茲[증시이자]일찍이 남들과는 다르게 살았네 寵非己榮[총비기영]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고 涅豈吾緇[날기오치]속세의 개흙에 물들지 않았네 捽兀窮廬[졸올궁려]나를 바로잡고 허름한 오두막에 酣飮賦詩[감음부시]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식운지명]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余今斯化[여금사화]이제 나는 운명을 따르려네 可以無恨[가이무한]이제 더 이상 여한이 없으니 壽涉百齡[수섭백령]백살 가까이 살만큼 살았네 身慕肥遁[신모비돈]여유로운 은둔을 좋아하여 從老得終[종로득종]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所復慕[해부소연]어찌 다시 바랄 것이 있으리 寒署逾邁[한서유매]추위와 더위 지나가고 亡旣異存[망기이존]죽음은 이미 삶과 다르네 外姻晨來[외인신래]바깥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양우소분]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오네 葬之中野[장지중야]들판 한가운데 장사지내어 以安其魂[이안기혼]넋을 편안하게 하여주네 窅窅我行[요요아행]깊고도 먼 나의 갈길 蕭蕭墓門[소소묘문]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하고 쓸쓸하네 奢恥宋臣[사치송신]송신 한퇴의 사치는 부끄럽고 儉笑王孫[검소왕손]한나라 왕양손 검소함은 우습네 廓兮已滅[곽혜이멸]텅 빈 묘지에서 사라질 것이니 慨焉已遐[개언이하]멀리 떠나감을 어찌 탄식하리 不封不樹[불봉불수]내 무덤엔 봉분도 나무도 없이 日月遂過[일월수과]세월과 더불어 사라지리라 匪貴前譽[비귀전예]살아서 명예를 귀히 아니 여겼으니 孰重後歌[숙중후가]죽은 후에 누가 칭송하며 중시하리 人生寔難[인생식난]참으로 어럽게 살아온 인생 死如之何[사여지하]죽는다 한들 또한 어떠하리 嗚呼哀哉[오호애재]아 서글프고 애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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