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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구경 

 

 

 

 

보검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 열자;제5편 탕문[19]-


위(魏)나라의 흑란이라는 사람이 어떤 혐의로 구병장이란 사람을 죽였다. 구병장의 아들 내단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계획하였다. 그의 기질은 매우 용맹스러웠으나 몸은 퍽 여위었다. 밥알을 셀 정도로 조금씩 먹고, 바람에 날려갈 정도로 몸이 약했다. 비록 성이 나서 원수를 갚으려 하나 병기를 들고 그 사람에게 보복 할 수가 없었다. 그의 기질로 보아 남에게 힘을 빌리기를 부끄러워하면서도, 항상 손에 칼을 들고 흑란을 도살해 버리기로 맹세했다.

그런 한편 흑란은 의지가 사납고 힘은 남보다 뛰어나서, 비록 백 명의 사나이라 도 대항할 만 했고, 근육과 피골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 용기는 자기의 목을 내놓고 칼을 받았고, 가슴을 헤쳐 화살을 받더라도 칼끝과 화살촉을 맞은 흔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내단과 같은 젊은이는 마치 햇병아리와 같이 보았다.

내단의 친구 신야가 말했다.

“자네는 지금 흑란을 퍽 원망하고 있지만 흑란은 자네를 퍽 우습게 보고 있네. 그러니 자네는 장차 어떻게 원수를 갚으려 하는가?”

내단이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의 소원이니, 자네가 어떻게 나를 위하여 일을 꾸며 주게!”

친구 신야가 말했다.

“내가 들으니, 위(衛)나라의 공주라는 사람은 자기 조상 때부터 은나라 황제가 쓰던 보검을 가지고 있다 하네. 어린아이라도 이 칼을 가지면 삼군의 무리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하네. 자네는 어째서 그 사람을 만나보지 않는가?”

내단은 마침내 위나라에 가서 종이 상전을 모시는 예의로 공주를 만났다. 먼저 자기 처자를 인질로 삼아 놓은 뒤에, 자기의 하고 싶을 말을 하려 했다. 공주가 말했다.

“나는 검을 세 자루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당신이 마음대로 택하여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사람을 죽일 수 없습니다.”

공주는 계속 말을 이어 세 자루의 검에 대해 각각 그 특색을 설명했다.

“첫째 검은 이름을 함광이라고 하는데, 그 광채를 속에 숨기고 있어 이것을 휘둘러도 눈에 보이지 않고, 이것을 사용하여 물건을 베도 베인 감각을 느끼지 못합니다. 둘째 검은 이름을 승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림자만 보이고 광채가 나지 않습니다. 밤이 새어 훤하게 밝아올 때라든가, 또는 해가 져서 어슬어슬 어두워 올 때에, 북쪽으로 향하여 가만히 그 검을 살펴보면 어렴풋이 무슨 물건이 있는 것 같으나 그 형상을 알 수 없고, 그것을 건드리면 가만히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고, 사람을 베어도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셋째 검은 소련이라고 하는데, 낮이면 그림자만 보이고 광채는 보이지 않으며 밤이면 광채만 보이고 형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 번 물건을 치면 굉장한 소리가 나지만 베인 자리는 곧 아물고 아픈 것을 느끼지만 칼날에 핏자국이 묻지 않습니다. 이 세 자루 보검은 우리 십삼 대 조부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써 본 일이 없이 다만 칼집에 넣어 두고 개봉을 한 적이 없습니다.”

공주에게 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내단이 말하였다.

“비록 사람을 죽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셋째 검을 빌려주십시오.”

공주는 내단의 처자를 돌려주었다. 내단은 처자와 함께 정성스런 마음으로 제계를 한지 이레만에 저녁때가 다 지나고, 밤이 깊어갈 무렵 무릎을 꿇고, 셋째 검, 소렴검을 받아 가지고 두 세 번 절을 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단은 마침내 밤중을 틈타 손에 검을 쥐고 흑란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때 흑란은 술에 취하여 문바라지 아래 누워 있었다. 내단은 재빠르게 흑란의 목에서 허리까지 세 차례나 내려쳤다. 그러나 흑란은 자기가 칼을 맞았는지 도무지 느끼지 못하였다. 내단은 흑란이 틀림없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도망치다가 흑란의 아들을 대문 앞에서 만나 역시 그를 세 번 내려쳤다. 마치 허공을 치는 것 같았다. 흑란의 아들이 말하였다.

“너는 어째서 나를 세 번씩 불러서 조롱하느냐?”

내단은 비로소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검임을 깨닫고 탄식을 했다.

이 때 흑란이 깨어나서 제 아내를 꾸짖었다.

“당신은 어째서 술에 취하여 자는 나를 발가벗게 하여 목병이 나고 허리병이 나게 하는 것이오.”

그의 아들이 말했다.

“아까 내단이 왔다 갔는데, 나를 대문간에서 만나 세 번이나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때부터 저 역시 몸이 아프고 사지가 굳어져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 놈이 우리에게 무슨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닙니까?”


- 列子;第5篇 湯問[19]-

魏黑卵以暱嫌殺丘邴章. 丘邴章之子來丹謀報父之仇. 丹氣甚猛, 形甚露, 計料而食, 順風而趨. 雖怒, 不能稱兵以報之. 恥假力於人, 誓手劍以屠黑卵. 黑卵悍志絶衆, 力抗百夫, 筋骨皮肉, 非人類也. 延頸承刃, 披胸受矢, 鋩鍔摧屈, 而體無痕撻. 負其材力, 視來丹猶雛鷇也. 來丹之友申他曰:「子怨黑卵至矣, 黑卵之易子過矣, 將奚謀焉?」來丹垂涕曰:「願子爲我謀.」申他曰:‘吾聞衛孔周其祖得殷帝之寶劍, 一童子服之, 卻三軍之衆, 奚不請焉?」丹遂適衛, 見孔周, 執僕御之禮請先納妻子, 後言所欲. 孔周曰:「吾有三劍, 唯子所擇 皆不能殺人, 且先言其狀. 一曰含光, 視之不可見, 運之不知有. 其所觸也, 泯然無際, 經物而物不覺. 二曰承影, 將旦昧爽之交, 日夕昏明之際, 北面而察之, 淡淡焉若有物存, 莫識其狀. 其所觸也, 竊竊然有聲, 經物而物不疾也. 三曰宵練, 方晝則見影而不見光, 方夜見光而不見形. 其觸物也, 騞然而過, 隨過隨合, 覺疾而不血刃焉. 此三寶者, 傳之十三世矣, 而無施於事. 匣而藏之, 未嘗啓封,」來丹曰:「雖然, 吾必請其下者.」孔周乃歸其妻子, 與齋七日. 晏陰之間, 跪而授其下劍, 來丹再拜受之以歸. 來丹遂執劍從黑卵. 時黑卵之醉, 偃於牖下, 自頸至腰三斬之. 黑卵不覺. 來丹以黑卵之死, 趣而退. 遇黑卵之子於門, 擊之三下, 如投虛. 黑卵之子方笑曰:「汝何蚩而三招子?」來丹知劍之不能殺人也, 歎而歸. 黑卵旣醒, 怒其妻曰:「醉而露我, 使人嗌疾而腰急.」其子曰:「疇昔來丹之來. 遇我於門, 三招我, 亦使我體疾而支彊, 彼其厭我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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