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月晦日贈劉評事[삼월회일증유평사] 삼월 그믐날 유평사에게
- 賈島[가도] -
三月正當三十日[삼월정당삼십일] 삼월이라 그것도 삼십일이라
風光別我苦吟身[풍광별아고음신] 떠나는 봄빛에 괴로이 읊어라
共君今夜不須睡[공군금야불수수] 그대와 오늘 밤은 지새야겠네
未到曉鍾猶是春[미도효종유시춘] 새벽종 울기 전엔 아직 봄이니
※ 이 시의 제목이 삼월회일송춘(三月晦日送春)으로 전하기도 한다.
❍ 가도[賈島] 가도는 당(唐) 나라 때의 시인으로 범양(范陽: 지금의 北京市북경시 부근) 사람이다. 자는 낭선(浪仙)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승려가 되어 법명(法名)을 무본(無本)이라 했으나, 시로 한유(韓愈)에게 인정받았고, 한유의 권면으로 환속하여 그에게 시문을 배웠다. 문종(文宗) 때에 장강(長江: 지금의 四川省사천성 蓬溪縣봉계현) 주부(主簿)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가장강(賈長江)이라고 불린다. 시를 지을 때에 매우 고심하여 글자 한 자도 빈틈없이 사용하는 시인으로 유명했다. 그의 시는 격조가 맹교(孟郊)와 비슷하여 ‘교한도수(郊寒島瘦)’라고 칭해진다. 당재자전(唐才子傳)에 소전(小傳)이 있으며, 시집으로 장강집(長江集)이 전한다. 그의 시 제이응유거(題李凝幽居)의 “새는 못가의 나무에 깃들이고 중은 달 아래 대문을 두드린다[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라는 구절에서, ‘퇴고(推敲)’라는 말이 유래하였다.
❍ 퇴고[推敲] 시문(詩文)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는 일을 이른다. 당(唐)나라의 시인 가도(賈島)가 나귀를 타고 가다 시 한 수가 떠올랐다. 그것은 “새는 연못 가 나무에 자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민다[鳥宿池邊樹 僧推月下門]”라는 것이었는데, 달 아래 문을 민다보다는 두드린다[敲]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골똘히 생각하다 그만 경조윤(京兆尹) 한유(韓愈)의 행차 길을 침범하였다. 한유 앞으로 끌려간 그가 사실대로 이야기하자 한유는 노여운 기색도 없이 한참 생각하더니 “역시 민다는 퇴(推)보다는 두드린다는 고(敲)가 좋겠군.”이라 하며 가도와 행차를 나란히 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생겨난 말로, 이때부터 ‘퇴고’는 시를 지을 때 제자리에 꼭 알맞은 글자를 놓으려고 고심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唐詩紀事>
❍ 회일[晦日] 음력의 매월 그믐날. 음력(陰曆)으로 그달의 마지막 날.
❍ 풍광[風光] 풍경. 경치(景致).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사람의 용모와 품격. 봄빛.
❍ 불수[不須] ~할 필요가 없다. 장지화(張志和)의 시 어부가(漁父歌)에 “푸른 삿갓에 도롱이까지 갖고 있으니, 봄비가 와도 집으로 갈 필요 없네.[靑箬笠 綠蓑衣 春江細雨不須歸]”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