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雨中[추야우중] 가을 밤 비 내리는데
- 崔致遠[최치원] -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니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 세상에는 나를 알 이 드물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 밖에는 삼경의 비 내리는데
燈前萬古心[등전만고심] 등 앞에 마주 앉은 만고심이여
<秋夜雨中추야우중 / 비 내리는 가을 밤 / 崔致遠최치원 : 孤雲集고운집>
※ ‘惟(유)’가 ‘唯(유)’로, ‘擧世(거세)’가 ‘世路(세로)’로, ‘萬古心(만고심)’이 ‘萬里心(만리심)’으로 되어 있는 판본(板本)도 있다.
❍ 고음[苦吟] 고심하여 시가(詩歌)를 지음. 또, 시가를 짓느라고 고심함. 괴롭고 안타까움.
❍ 거세[擧世] 온 세상(世上). 모든 사람. 또는 세상사람 전체.
❍ 지음[知音] 여씨춘추(呂氏春秋) 본미편(本味篇)에 “백아자가 거문고를 타면 그의 친구 종자기가 그 소리를 들었는데 백아자가 거문고를 탈 때 태산을 생각하면 종자기가 말하기를 ‘좋다. 소리가 마치 태산과도 같구나.’라고 하고, 조금 있다가 백아자가 흐르는 물을 생각하면 또 종자기가 말하기를 ‘좋다. 마치 호호탕탕 흐르는 물과 같구나.’라고 했다. 종자기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나서 백아자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어버린 뒤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는데 세상에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볼 사람이 없다고 여긴 때문이었다[伯牙子鼓琴, 其友鍾子期聽之, 方鼓而志在泰山, 鍾子期曰: ‘善哉乎鼓琴! 巍巍乎若泰山.’ 少選之間而志在流水, 鍾子期復曰: ‘善哉乎鼓琴! 湯湯乎若流水.’ 鍾子期死, 伯牙破琴絶弦, 終身不復鼓琴, 以爲世無足復爲鼓琴者.]”라고 하였다. 소리를 알아준다는 뜻을 가진 지음(知音}은 이후 흉금을 나누는 친한 벗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 지음[知音] 본래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 주는 이를 뜻하는 말로, 전하여 마음을 알아주는 절친한 벗을 뜻한다. 열자(列子) 권5 탕문(湯問)에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는 거문고 소리를 잘 이해하여,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좋구나. 높디높은 것이 마치 태산과 같구나[善哉. 峨峨兮若泰山.]’라고 하고, 백아가 흐르는 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좋구나. 넓디넓은 것이 마치 강하와 같구나[善哉. 洋洋兮若江河.]’라고 하여, 백아의 생각을 종자기가 정확히 이해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백아는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 버리고 종신토록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 삼경[三更]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셋째 부분(部分). 곧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동안. 밤 12시 경. 깊은 밤.
❍ 등[燈] 등(燈). 등잔(燈盞). 불을 켜서 어두운 곳을 밝히는 기구(器具). 등불. 등명(燈明). 부처의 가르침. 불법(佛法)을 등불에 비유해서 이름.
❍ 만고[萬古] 매우 먼 옛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세상에 비길 데가 없음. 오랜 세월을 통해 변함이나 유례가 없음.
❍ 고심[古心] 옛 사람의 마음. 순후(醇厚)한 마음. 옛 사람의 순박한 마음.
❍ 만고심[萬古心] 성인의 마음. 만고불변(萬古不變)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