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都雪夜效歐陽體[신도설야효구양체] 눈 내린 서울 밤
- 鄭以吾[정이오] -
繡屛圍暖酒初酣[수병위난주초감] 비단병풍 따스하니 술이 막 오르는데
不覺庭除勢已嚴[불각정제세이엄] 모르는 새 뜨락에는 눈발이 세찼던 듯
夜靜更無風掃地[야정갱무풍소지] 밤이 고요하니 땅을 쓰는 바람도 없어
窓明疑有月窺簷[창명의유월규첨] 창이 훤한 것을 처마로 든 달빛인 줄
茅茨萬屋平初合[모자만옥평초합] 초가마다 한결같이 처음으로 덮었으니
蓑笠孤舟重乍添[사립고주중사첨] 외로운 배 사립에도 무게를 더 했으리
曉望終南渾一色[효망종남혼일색] 새벽 남산 바라보니 온누리 한빛이라
應餘馬耳出雙尖[응여마이출쌍첨] 마이산 두 봉우리도 쫑긋하니 솟았겠네
<新都雪夜效歐陽體신도설야효구양체 / 새 도읍[漢陽]의 눈 오는 밤에 구양수(歐陽脩)의 시체(詩體)를 본떠 짓다 / 鄭以吾정이오 : 東文選동문선>
❍ 구양체[歐陽體] 구양수(歐陽脩)의 시체(詩體). 한시(漢詩)의 영물(詠物)에서 그 시제(詩題)에 흔히 쓰이는 글자의 사용을 금하는 금체시(禁體詩)를 말한다. 송대(宋代)의 구양수(歐陽脩)가 영주 수(潁州守)로 있을 때 눈이 내리자 빈객들과 영설시(詠雪詩)를 지으면서 시제에 흔히 쓰이는 글자들을 금하기로 한 것이 그 시초인데, 당시 영설시에서는 옥(玉), 월(月), 이(梨), 매(梅), 연(練), 서(絮), 노(鷺), 학(鶴), 아(鵞), 은(銀) 등의 글자를 사용하지 말도록 규정했다. 이 시체를 따라 지은 사람이 드물었는데, 뒤에 소식(蘇軾)이 여음 수(汝陰守)로 있을 때 역시 눈이 내리는 날 취성당(聚星堂)에서 구양수의 두 아들과 함께 구양수의 금체를 본받아 영설시를 지은 일이 있었다. 소식의 취성당설(聚星堂雪) 시에 “여남의 선현이 고사를 전해 왔건만, 취옹의 시화를 누가 계승한단 말인가. 당시의 호령을 그대는 받아들이게나, 백전으로 쇠끝 하나 갖는 것도 허락 않으리[汝南先賢有故事 醉翁詩話誰續說 當時號令君聽取 白戰不許持寸鐵]”라고 하였는데, 여남 선현은 곧 구양수를 가리킨 말이고, 취옹은 바로 구양수의 별호(別號)이며, 백전은 무기를 손에 쥐지 않고 맨손으로 싸운다는 뜻으로, 즉 시제에 흔히 쓰이는 글자의 사용을 금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蘇東坡詩集 卷34>
❍ 수병[繡屏] 수를 놓은 병풍. 비단병풍.
❍ 주감[酒酣] 술을 즐김. 술에 취함. 술판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상태. 또는 술에 거나하게 취한 상태. 술이 한참 달아올라 귀까지 빨개지다. 술이 얼근하다. 주흥이 한창 오르다.
❍ 정제[庭除] 섬돌 아래의 평평한 땅. 곧 뜰이나 마당을 이른다.
❍ 소지[掃地] 땅을 쓺. 마당 쓰는 일을 맡은 사람. 청소하다.
❍ 규첨[窺簷] 처마를 엿봄. 처마를 비춤.
❍ 모자[茅茨] 모옥(茅屋). 띠로 이은 지붕이나 집. 초가집. 띠로 이어 만든 지붕 또는 그 지붕을 덮어 만든 집으로 일반 인민의 집을 가리킨다. 옛날 중국의 요(堯) 임금이 모자로 궁을 지었다 하여 군주(君主)의 검소한 생활을 빗대는 말로도 쓰인다.
❍ 사립[蓑笠] 도롱이와 삿갓.
❍ 종남[終南] 종남산(終南山). 주(周) 나라 서울 풍호(豊鎬)의 남쪽에 있는 산으로 대개 수도의 남쪽 산을 이른다. 여기서는 서울의 남산을 가리킨다.
❍ 마이[馬耳] 마이산(馬耳山). 전라북도 진안군(鎭安郡)에 있는 산으로 말의 귀처럼 두 봉우리가 쫑긋 솟았는데 높이 685m이다.
❍ 쌍첨[雙尖] 한 쌍으로 뾰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