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月十八夜[팔월십팔야] 8월 18일 밤
- 李荇[이행] -
平生交舊盡凋零[평생교구진조령] 평생 사귄 오랜 벗들 다 늙어 죽고
白髮相看影與形[백발상간영여형] 백발로 마주한 건 그림자와 몸뚱이
政是高樓明月夜[정시고루명월야] 오늘처럼 고루에 달이 밝은 밤이면
笛聲凄斷不堪聽[적성처단불감청] 피리소리 처량해 차마 듣지 못하네
<八月十八夜팔월십팔야 / 팔월 십팔일 밤 / 李荇이행 : 容齋集용재집 嶺南錄영남록>
※ 이 시의 제목을 ‘팔월십오야(八月十五夜)’로 소개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 허균(許筠)은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우리나라 시는 이용재(李容齋)를 으뜸으로 삼음이 마땅하니, 침후(沈厚)·화평(和平)하고 담아(淡雅)·순숙(純熟)하다. 그의 오언고시(五言古詩)는 두보(杜甫)와 진사도(陳師道)를 넘나들어 고고(高古)·간절(簡切)하여 글이나 말로는 찬양할 수가 없다. 내가 평소 즐겨 읊던 절구 한 수인 ‘平生交舊盡凋零 白髮相看影與形 正是高樓明月夜 笛聲凄斷不堪聽’은 한없이 감개(感慨)하여, 읽노라면 절로 서글퍼진다[我國詩, 當以李容齋爲第一. 沈厚和平, 澹雅純熟. 其五言古詩, 入杜出陳, 高古簡切, 有非筆舌所可讚揚. 吾平生所喜詠一絶, ‘平生交舊盡凋零 白髮相看影與形 正是高樓明月夜 笛聲凄斷不堪聽’ 無限感慨, 讀之愴然.]”라고 이 시를 평하였다.
❍ 이행[李荇] 조선 중기의 문신(文臣). 본관(本貫)은 덕수(德水), 자(字)는 택지(擇之), 호(號)는 용재(容齋)·창택어수(滄澤漁水)·청학도인(靑鶴道人)이다. 연산군 1년(1495년) 증광문과에 급제한 뒤, 권지승문원부정자를 거쳐 검열·전적을 역임했고, 1504년 응교로 있을 때 폐비 윤씨의 복위를 반대하다가 충주에 유배되었고, 중종반정으로 풀려나와 교리에 등용, 대사간·대사성을 거쳐 대사헌·대제학·공조판서·이조판서·우의정 등 고위관직을 두루 역임했다. 1531년 김안로를 논박하여 좌천된 뒤 이듬해 함종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죽었다. 1537년 신원되었고, 중종묘정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문정이고, 뒤에 문헌으로 바뀌었다. 그의 시는 허균 등에 의해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당시의 전통에서 벗어나 기발한 착상과 참신한 표현을 강조하는 기교적인 시를 써서 새로운 시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표현의 격조가 높아진 반면 폭넓은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은 없었다. 저서로는 용재집(容齋集)이 있다.
❍ 조령[凋零] 세력 따위가 차차 쇠하여 보잘것없이 됨. 시들어 떨어지다. 쇠잔해지다. 사망하다. 조락(凋落).
❍ 정시[政是] 바로 이것이야 말로. 참으로. 政은 正과 통하여 마침, 한창 등의 뜻으로 볼 수 있다.
❍ 고루[高樓] 높이 지은 누각. 높은 다락집. 훌륭한 누각.
❍ 처단[凄斷] 처량하다. 애끊다.
❍ 침후[沈厚] 침착(沈着)하고 중후(重厚)함. 색채가 짙고 중후하다. 행동이나 표정이 듬직하다. 무겁고 두껍다.
❍ 화평[和平] 개인 간이나 나라 사이에 충돌이나 다툼이 없이 평화로운 상태. 마음이 기쁘고 평안(平安)함. 나라 사이에 다툼 없이 잘 지냄. 화목(和睦)하고 평화(平和)스러움. 평화롭다. 순하다. 평온하다. 순조롭다.
❍ 담아[淡雅] 맑고 아담(雅淡)함. 담백(淡白)하고 우아(優雅)함. 색깔이나 무늬가 아담하다. 말쑥하고 우아하다. 산뜻하고 고상하다. 수수하고 고상하다.
❍ 순숙[純熟] 순일무잡(純一無雜)하고 원숙함. 수양심이 깊어져서 마음이 온순해지고, 성격이 부드럽고 진실하게 되며, 행실이 원만하게 되어가는 것. 완전(完全)히 익음. 능수능란하다. 매우 익숙하다. 매우 숙련되다. 정통하다.
❍ 고고[高古] 세속을 초월하여 예스럽고 고상함. 문사나 문장의 글귀가 고아하고 수수하면서 고풍스러움.
❍ 간절[簡切] 간명하고도 적절하다. 간결하고 절실함.
❍ 감개[感慨] 감격하여 마음속에 깊이 사무치는 느낌. 매우 감격하여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식함. 어떤 사물에 대하여 깊은 회포(懷抱)를 느낌. 마음속 깊이 사무치게 느낌.
❍ 창연[愴然] 몹시 슬퍼함. 몹시 슬퍼하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