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未七夕[신미칠석] 851년 칠석
- 李商隱[이상은] -
恐是仙家好別離[공시선가호별리] 선계에선 이별을 좋아하는 것일까
故教迢遞作佳期[고교초체작가기] 그러니 그리운 이 아득히 있게 했지
由來碧落銀河畔[유래벽락은하반] 예로부터 푸른 하늘 은하수 가에
可要金風玉露時[가요금풍옥로시] 금 바람에 옥 이슬 내리려는 철인데
清漏漸移相望久[청루점이상망구] 시간은 점점 흘러 만난 지 오래이나
微雲未接過來遲[미운미접과래지] 열구름도 덜 이어져 건너기 늦어지니
豈能無意酬烏鵲[기능무의수오작] 어찌 오작교에 보답할 마음 없으랴만
惟與蜘蛛乞巧絲[유여지주걸교사] 거미가 얽은 줄에 의지하는 수밖에
❍ 이상은[李商隱] 만당(晩唐)의 시인으로, 자(字)는 의산(義山), 호(號)는 옥계생(玉谿生) 또는 번남생(樊南生)이다. 원적은 회주(懷州) 하내(河內: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심양沁陽)지만 조부 때 형양(滎陽: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정주鄭州)으로 옮겨왔다. 개성(開成) 2년 진사시험에 합격하여 동천절도사판관(東川節度使判官)과 검교공부원외랑(檢校理部員外郞)을 지냈다. 당시 우승유(牛僧孺)와 이덕유(李德裕)가 정치적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는데, 처음에 우당(牛黨)의 영호초(令狐楚)에게서 병려문(騈儷文)을 배우고 그의 막료가 되었다가, 나중에 반대당인 이당(李黨)의 왕무원(王茂元)의 서기가 되어 그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두 파 간의 새력다툼으로 관직에 오르기도 하고 귀양 가기도 하는 기구한 생애를 보냈다. 형양(滎陽)에서 객사하였다. 굴절이 많은 화려한 서정시를 썼는데, 시적 성취가 상당하여 두목(杜牧)과 함께 소이두(小李杜)로, 온정균(溫庭筠)과 함께 온이(溫李)로 불렸으며, 같은 시기의 단성식(段成式), 온정균(溫庭筠)과 시의 풍격이 가까웠는데 이들 세 사람의 가족 내 배항이 16번째라 이들을 합해 삼십육체(三十六體)라고 불렀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에 22편의 작품이 실려 수량으로는 네 번째로 많다. 그의 시는 한(漢)·위(魏)·육조시(六朝詩)의 정수를 계승하였고, 두보(杜甫)를 배웠으며, 이하(李賀)의 상징적 기법을 사랑하였다. 또한 전고(典故)를 자주 인용, 풍려(豊麗)한 자구를 구사하여 수사문학(修辭文學)의 극치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서로 이의산시집(李義山詩集)과 번남문집(樊南文集)이 있으며, 이의산잡찬(李義山雜纂)도 그의 저작으로 전한다.
❍ 신미칠석[辛未七夕] 신미년(辛未) 칠석. 당 선종(唐宣宗) 대중(大中) 5년(851년) 칠월 칠석을 이른다.
❍ 공시[恐是] 아마도 ~ 인 듯하다. ~일까 두렵다.
❍ 선가[仙家] 신선(神仙)이 산다는 집. 선관(仙館). 선장(仙莊). 선도(仙道)를 닦는 사람. 선인(仙人)이 되는 길을 가르치는 사람.
❍ 선계 [仙界] 신선(神仙)의 세계를 이르는 말. 선경(仙境) 또는 선향(仙鄕)과 같은 뜻으로 신선이 사는 곳이다. 속세를 떠난 청정무위의 도교적 이상향을 말한다.
❍ 교[教] ~로 하여금 ~하게 하다.
❍ 초체[迢遞] 매우 멀다. 아득히 멀다. 요원하다. 높은 모양.
❍ 가기[佳期] 아름다운 기일.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는 시간. 둘이서 만날 기회. 특히, 남녀가 비밀히 만나는 일, 밀회. 서로 만나 즐거움을 나누자고 연인과 약속한 말. 또는 칠월칠석날을 가리킨다. 이날에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다고 한다.
❍ 유래[由来] 본래.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물이나 일이 생겨남. 또는 그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바. 사물이 어떤 것으로 말미암아 일어나거나 전하여 온 내력. 말미암아 일어나거나 전하여지다.
❍ 벽락[碧落] 벽공(碧空). 푸른 하늘. 도교에서 말하는 천상최고(天上最高)인 곳. 동방의 제일천(第一天)은 푸른 하늘에 푸른 안개(碧霞)가 자욱하게 차 있다고 해서 벽락(碧落)이라고 한다.
❍ 가요[可要] 곧 ~하려 하다. 곧 ~이 되려 한다. 막 ~하려고 하다. 장요(將要).
❍ 금풍[金風] 추풍(秋風). 오행사상(五行思想)에서는 금(金)은 시절로 가을(秋)을, 방위(方位)로는 서(西)이다.
❍ 옥로[玉露] 옥과 같은 이슬. 가을에 내리는 이슬을 말한다. 당(唐)나라 두보(杜甫)의 추흥(秋興) 8수 중 첫째 수에 “옥로가 내려 단풍숲에 잎이 시드니, 무산과 무협에 기후가 쌀쌀하여라[玉露凋傷楓樹林 巫山巫峽氣蕭森]”라고 하였다.
❍ 청루[清漏] 고대에 사용하던 물시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야간에 또렷하게 들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청루(清漏)라 한다.
❍ 점이[漸移] 차차 자리를 옮아감. 차차 옮아감.
❍ 상망[相望] 서로 바라봄 .마주 (대)하다. 마주 (바라)보다. 서로 보이다.
❍ 오작[烏鵲] 까마귀와 까치. 칠월(七月) 칠석(七夕)에 견우와 직녀를 서로 만나게 하기 위하여,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모여서 자기들의 몸을 잇대어 오작교(烏鵲橋)를 만든다는 전설이 있다.
❍ 오작교[烏鵲橋] 견우직녀(牽牛織女) 설화에 등장하는 전설상의 다리. 음력 칠월(七月) 칠일(七日) 저녁[칠월칠석七月七夕]에 견우와 직녀를 서로 만나게 하기 위하여,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모여서 자기들의 몸을 잇대어 만든다는 다리이다. 그래서 이 날은 지상에서는 까마귀와 까치를 볼 수 없다고 한다.
❍ 기능[豈能] 어찌 ~할 수 있으랴. 어찌 …할 수 있겠는가.
❍ 지주걸교[蜘蛛乞巧] 지주(蜘蛛)는 거미이다. 중국의 칠석절(七夕飾)은 오색(五彩)의 실을 7개의 구멍이 있는 바늘을 통하여 여자들은 재봉을 하는데 이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천손(天孫) 즉, 직녀성(織女星)에 빈다. 색색의 박과[瓜果: 참외 박 등]를 정원에 바치고, 향촉을 밝혀 다음날을 기다려 아침에 거미가 거미줄을 과일 위에 쳐 놓으면 그 소원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 그 제사를 걸공전(乞巧奠:칠석 날 밤에 여자들이 견우성과 직녀성에게 길쌈과 바느질을 잘하게 해 달라고 재주를 비는 의식)이라고 한다.
❍ 걸교[乞巧] 걸교는 칠석날 부녀자들이 색실을 맺어 놓고 일곱 바늘에 꿰어 바느질 잘하게 되는 솜씨를 비는 것인데, 거미가 외[瓜] 위에 그물을 치면 성공한 것이라 한다.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칠석날에는 부녀자들이 채색실을 맺어 칠공침(七共鍼)에 꿰어 놓은 다음 오이와 과일을 뜨락에 차려놓고 직녀에게 걸교를 하는데 거미 새끼가 오이 위에 내려와 그물을 치면 소원대로 된다고 좋아했다.”라고 하였다.
❍ 걸교[乞巧] 옛 풍속에 칠석날 밤이면 부녀자들이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두 별에게 길쌈과 바느질 솜씨를 늘게 해 달라고 기원하던 의식을 가리킨다. 당(唐)나라 때 유종원(柳宗元)이 일직이 자신의 모신책(謀身策)에 대한 졸렬함을 버리고자 견우, 직녀에게 기원한 결과, 직녀가 나타나서 고하기를 “하늘이 한번 명한 바이니, 중간에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하자, 유종원이 스스로 말하기를 “졸렬함을 종신토록 지키다가 그대로 죽은들 무엇을 상관하랴[抱拙終身 以死誰惕]”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柳河東集 卷18 乞巧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