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詩十二首[其二]잡시12수2 / 하얀 해가 지고
- 陶淵明[도연명] -
白日淪西阿[백일윤서아] 서쪽 언덕으로 밝던 해가 잠기니
素月出東嶺[소월출동령] 동쪽 등성이로 하얀 달이 나오네
遙遙萬理輝[요요만리휘] 아득히 멀리 만리를 비추니
蕩蕩空中景[탕탕공중경] 넓디넓은 허공이 온통 환하네
風來入房戶[풍래입방호] 바람 불어와 방문 틈으로 들어
夜中枕席冷[야중침석랭] 한 밤중 잠자리 썰렁하네
氣變悟時易[기변오시역] 기후 변함에 철 바뀜을 깨닫고
不眠知夕永[불면지석영] 잠 못 이루니 밤 길어짐 알겠네
欲言無予和[욕언무여화] 말하고 싶어도 대꾸할 사람 없어
揮杯勸孤影[휘배권고영] 잔 내저어 외로운 그림자에 권하네
日月擲人去[일월척인거] 세월이 사람을 내버리고 가고
有志不獲騁[유지불획빙] 뜻을 품고도 펼치지 못하였나니
念此懷悲悽[염차회비처] 이런저런 생각에 서글픔 사무쳐
終曉不能靜[종효불능정] 새벽이 다가도록 뒤척이고 있네
❍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 송(宋:유송劉宋) 초기 사람이다. 시인이자 문학가로 청신하고 자연스러운 시문으로 시명을 얻었다. 강주(江州) 심양(尋陽) 시상(柴桑)에서 태어났다. 자는 원량(元亮)이다. 송(宋)나라에 와서 이름을 잠(潛)으로 바꾸었다. 일설에는 연명(淵明)이 그의 자(字)라고도 한다. 증조부 도간(陶侃)은 동진(東晉)의 개국공신으로 관직이 대사마에 이르렀으며, 조부 도무(陶茂)와 부친 도일(陶逸)도 태수를 지냈다. 29세 때에 벼슬길에 올라 주(州)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얼마 안 가서 사임하였다. 그 후 생활을 위하여 진군참군(鎭軍參軍)·건위참군(建衛參軍)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항상 전원생활을 동경한 그는 팽택현령(彭澤縣令)이 되었으나 80여 일 만에 벼슬을 버리고, 41세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돌아와 문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였다. 고향에 은거한 뒤에 다시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세상을 떴다. 그의 사후에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그에게 정절선생(靖節先生}이란 시호를 주어 불렀다. 양(梁)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에 “고금의 은일시인 가운데 첫머리[古今隱逸詩人之宗]”라 평가했을 만큼 그의 시풍이 중국문학사에 남긴 영향이 매우 크다. 주요 작품으로 음주(飮酒)·귀원전거(歸園田居)·도화원기(桃花源記)·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귀거래사(歸去來辭) 등이 있다. 도연명이 직접 지은 만사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에 의만가사(擬挽歌辭)라는 제목으로 3수가 실려 있다.
❍ 백일[白日] 구름이 끼지 않은 맑은 날의 밝게 빛나는 해. 태양. 대낮. 백주(白晝).
❍ 서아[西阿] 서산. 서쪽 언덕. ‘阿’는 언덕, 고개. 구릉. 구석. 산비탈. 산모퉁이. 산기슭을 가리킨다.
❍ 요요[遙遙] 멀고 아득하다.
❍ 탕탕[蕩蕩] 썩 큰 모양. 넓고 아득한 모양. 광대한 모양. 평탄(平坦)한 모양. 출렁이고 나부끼는 모양. 마음이 유연(悠然)한 모양. 사사로운 마음이 없는 모양. 사악(邪惡)이 없는 모양. 관대(寬大)한 모양. 수세(水勢)가 거세찬 모양. 법도(法度)가 쇠폐한 모양. 치우친 모양.
❍ 공중[空中]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 하늘 가운데. 중천(中天).
❍ 침석[枕席] 베개와 자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 침구(寢具). 베개머리와 이불속, 즉 잠자리.
❍ 일월[日月] 해와 달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세월(歲月). 광음(光陰).
❍ 비처[悲凄] 슬프고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