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닷컴ː명시채집

하늘구경  



 

신부(新婦) / 서정주
 글쓴이 : 하늘구경
조회 : 1,697  
 
신부(新婦)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 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버렸습니다.
 
- 서정주 -
 
 



번호 제     목 조회
40 머리끄락 / 마경덕 1455
39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1130
38 고사(古寺) / 조지훈 1297
37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1087
36 신부(新婦) / 서정주 1698
35 단 칸 방 / 허수경 1194
34 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 / 서정주 1477
33 찔레꽃 / 이원수 1985
32 첫사랑 그 사람은 / 박재삼 1730
31 사랑은 / 박재삼 1223
30 치자꽃 설화 / 박규리 1034
29 무덤생각 / 김용삼 1274



 1  2  3  4  5  
 
 


졸시 / 잡문 / 한시 / 한시채집 / 시조 등 / 법구경 / 벽암록 / 무문관 / 노자 / 장자 /열자

한비자 / 육도삼략 / 소서 / 손자병법 / 전국책 / 설원 / 한서 / 고사성어 / 옛글사전

소창유기 / 격언연벽 / 채근담(명) / 채근담(건) / 명심보감(추) / 명심보감(법) / 옛글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