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끄락
그렁께 니 아부지, 아부지가…
아녀, 그만 들어가
딸깍
전화는 끊겼다. 또 꿈에 아버지를 보신 게지, 나는 잠깐 혼자 남겨진 엄마를 생각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설거지를 마쳤다.
그렁께 그 머시냐, 머리끄락이,
머리카락이 뭐어?
거시기 말이여
딸깍
사흘 후에 온 전화도 싱거웠다. 나는 새우깡 한 봉지를 아작내며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
엄마, 울어?
금메 밥 묵는디, 밥을 묵는디…
천리 밖에서 울음이 건너왔다. 늦은 저녁을 먹는데 흰 머리카락이 밥에서 나왔단다. 울음이 목에 걸려 밥을 삼킬 수가 없단다. 지난번은 장롱 밑, 지지난 번엔 서랍에서 아버지를 보았단다. 아무 데나 머리끄락 흘린다고 타박을 줬는디… 니 아부지 세상 버린 지 석 달인디 아직도 구석구석 살아있당께. 우리 엄마 우신다. 다 늙은 여자가 아이처럼 운다.
- 마경덕 -
「시와정신」 2006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