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의 죽은 나무
가둔 화분보다
둥치가 더 큰 나무가
죽었다
보기에 안돼서 나무를 뽑았다
그 큰 화분에 남은 것은
몇 줌의 흙
이따금 생각나면 주던 물로
근근히 살아온 것인가
제 속을 파먹으며 살아온 것인가
잔뿌리도 얼마 없이
몇 줌 흙 속에 둥치만 묻고
남의 의지대로 살아왔구나
버려진 흙덩이로 분을 채웠다
길게 줄기 늘여 포기 번 나비란
잘라 심었다
점심 때
감자 한 알, 고구마 하나, 더덕 한 뿌리, 콩 두어 알
가져다 심어야지
밥상의 그릇이야 줄겠지만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