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장미
장미를 본다
강아지풀섶에 나지막하니
붉게 피어난 장미를 본다.
먼 어느 여름이던가
참외가 끝물이던 그 장날에
지푸라기에 매어 달린
갈치의 비릿함과
얼큰한 아버지 짐자전거에
자갈길 덜컹여 실려오더니
"애야, 저어기 갖다 심거라"
― 아버지 마음에도 꽃이 있구나
농사일말고도 꽃이 있구나 ―
그 여름 내내 몸살을 앓고
한 해를 넘겨 하나는 죽고
하나는 꽃을 피워 어여쁘더니
아버지 떠나신 텃밭 귀퉁이
강아지풀보다도 나지막하니
아버지 마음이 피어 있구나.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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