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시작은 비록 나였다마는
계속 나를 꾄 것은 네가 아니냐
허전할 때맞춰 내게로 와서
벌겋게 몸을 불사르며
내 안에 부드러이 스미어들어
어지럽게 어울고 어루다 보니
만나고 만날 수록 정만 질겨져
이제는 끊으려도 끊을 수 없고
손가락질 부끄러운 세상을 피해
으슥한 곳에서나 만나야 하니..
너는 늘 안개처럼 사라지나
만났다 헤어지면 목이 잠기고
내 안엔 검은 그을음 쌓여
나는 한없이 시들어 가고
너는 수없이 왔다만 가고
어찌 너는 나를 떠나지 않고
나는 어찌 그리 너를 그리나
잊겠다 수시로 버려보지만
오랜만에 만날 수록 더욱 황홀한
아! 천하에 몹쓸 불륜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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