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닷컴ː졸시/잡문

하늘구경  



 

화분
 글쓴이 : 하늘구경
조회 : 919  
 
화분
 
당신이 두고 간 화분을 바라봅니다.
 
넓은 유리창으로는 따스한 봄볕이 들이비치는데
자발 없이 피어난 하얀 목련은
꽃샘바람에 몸을 떱니다.
 
낮은 곳으로만 줄기를 드리우는
심장 꼴 작은 잎의 이름 모를 화초는
햇볕 바른 창가에 놓아두어도
타고난 속성인지 해를 등지려고만 합니다
자라고 싶은 대로 두어야 할지
그 때마다 줄기를 거두어야 할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떠난다고들 합니다.
떠나고 나면 살아 다시 볼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합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
아프도록 가슴에 담은 사람을
지척에 두고도
어떤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한 것
그러한 사람이 떠나가는데, 끝내
그 한마디를 못 하는 것입니다.
 
꽃샘추위로 오가는 사람이 뜸한
스산한 골목 위를
비를 옥물은
구름 그림자가 스쳐갑니다.
이런 날에 비마저 내린다면
목련은 봄이 다 오기도 전에
피우다만 꽃을 봉우리 째 떨굴 것이
가슴 저밉니다.
 
화분이 얼마간 저 자리에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래도록
이 토요일 오후를 기억할 것입니다.
우울한 기다림의 시작을
 
- 안상길 -
 
 



번호 제     목 조회
108 여름 오후 879
107 이슬과 꽃씨 1122
106 타인 1251
105 서러운 밤 919
104 들개 900
103 화분 920
102 할미꽃 967
101 감꽃 894
100 형에게 1028
99 878
98 철책선에서 870
97 비무장지대에서 952



   21  22  23  24  25  26  27  28  29  
 
 


졸시 / 잡문 / 한시 / 한시채집 / 시조 등 / 법구경 / 벽암록 / 무문관 / 노자 / 장자 /열자

한비자 / 육도삼략 / 소서 / 손자병법 / 전국책 / 설원 / 한서 / 고사성어 / 옛글사전

소창유기 / 격언연벽 / 채근담(명) / 채근담(건) / 명심보감(추) / 명심보감(법) / 옛글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