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부존모장안부[皮之不存毛將安傅] ‘가죽이 없는데 어찌 털이 붙을 수 있겠는가’라는 뜻으로, 평소 친분이 없으면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근본이 없으면 지엽의 노력도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희공(喜公) 14년 겨울에 진(秦)나라에 기근이 들었다. 이에 진나라는 평소 관계가 그리 좋지 않던 진(晉)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진(秦)나라의 사신 경정(慶鄭)이 말하기를 “은혜를 배반함은 친선관계를 버리는 것입니다. 남의 재앙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어질지 못한 것입니다. 남의 사랑을 탐하는 것은 미움을 받는 원인이고, 이웃을 노하게 함은 의롭지 못한 것입니다. 이 네 가지 덕을 모두 잃고서 어찌 나라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진(晉)나라의 신하 괵석은 이렇게 대답하여 차갑게 거절했다. “가죽이 없는데 어찌 털이 붙을 수 있겠는가[皮之不存毛將安傅]?” 경정이 다시 말하기를 “신의를 버리고 이웃을 배반한다면 재앙이 있을 때 누가 이를 돕겠습니까? 신의가 없으면 근심이 생기게 마련이고 후원을 잃으면 반드시 쓰러집니다. 진나라에 곡식을 주는 일이 바로 그와 같은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괵석은 “곡식을 준다고 해서 진나라의 원한이 줄어들 리 없고, 도리어 적의 힘을 길러주는 것뿐이니 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며 거절의 뜻을 분명히 하였다. 이에 경정이 “은혜를 배반하고 남의 재앙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백성에게 버림을 받는 길입니다. 가까운 내 백성마저도 미워하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은 그 적이야 어떠하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재차 도움을 청했으나 진(晉)나라 조정에서는 끝내 경정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春秋左氏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