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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거리를 없애주기 위해 죽다
- 敦煌變文集(돈황변문집) -
초나라 평왕은 오자서를 죽이기 위해, 사방에 군사들을 보내 그를 잡아오도록 명령하였다. 이에 각 성의 입구에는 그의 초상화가 나붙었으며, 그의 목에는 현상금이 걸리게 되었다. 오자서는 변장을 한 채 낮에는 기다시피 하고 밤에는 걸으며 천신만고하기를 10여 일, 겨우 소관에 도착하였다. 소관은 지세가 험하고, 관병들의 경비 또한 엄한 곳이어서, 오자서는 이곳을 통과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 이곳에는 동고공이라는 오자서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오자서의 형편을 매우 동정하고 있던 터라, 오자서를 자기의 집으로 데려가 숨겨주고, 그가 소관을 빠져나갈 준비를 해주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다 지나도록 적당한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이 사이 오자서는 어찌나 속이 탔던지 하룻밤 사이에 머리카락과 수염이 모두 하얗게 세어버렸다. 동고공은 이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올랐던지 오자서에게 말했다. “자네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이미 이렇게 희어졌으니, 관문을 지키는 병사들도 자네를 알아 볼 수 없을 것이네. 나에게 황보눌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자네와 모습이 흡사하니, 내가 그더러 자네 옷을 입고 관문을 나가도록 해보겠네. 이렇게 하면, 아마 관병들은 그 친구를 자네로 알고 체포할 것이니, 자네는 이 틈에 관문을 빠져나가도록 하게나.” 계획대로 관문을 빠져 나온 오자서는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큰 강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추격할 지도 모를 병사들을 피하기 위해, 몰래 길을 가며 숨을 죽이고, 바람이 불어 풀이 움직이기만 하여도 곧 강가 갈대숲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그는 고깃배 한 척을 발견하고 자기를 좀 태워달라고 소리쳤다. 오자서가 배에 오르자, 어부는 곧 그가 일반 신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오자서가 사실을 그에게 말해 주었더니 그는 몹시 놀랐다. 건너편 강 언덕에 도착하자, 어부는 먹을 것을 가져다주겠다며 오자서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그가 오지 않자, 오자서는 의심이 들어 갈대숲으로 몸을 숨겼다. 밥과 반찬을 마련해온 어부는 오자서가 보이지 않자, 큰 소리로 불렀다. “갈대숲에 숨어 계신 분! 저는 당신을 밀고하지 않을 것이니 빨리 나오시오.” 오자서는 그제서야 갈대 숲 밖으로 나와서 밥을 먹고는,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보검을 그에게 주려고 하였다. 어부는 이를 사양하며 말했다. “제가 초왕이 내건 천금의 상금을 원치 않는 것이 당신의 보검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오자서는 하는 수 없이 그의 성과 이름을 물었으나, 어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 자리를 떠나려 하면서, 오자서는 어부에게, 만약 병사들이 추격오더라도 자신의 행방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부는 오자서에게 근심거리를 남겨 놓지 않겠다며 물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오자서는 어부의 행동에 커다란 충격과 감동을 받고 비통함을 안은 채 계속 길을 달려 겨우 오나라에 도착하였다. 훗날 오자서는 세력을 일으켜, 초나라에 복수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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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시 / 잡문 / 한시 / 한시채집 / 시조 등 / 법구경 / 벽암록 / 무문관 / 노자 / 장자 / 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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