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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快刀亂麻]어지러운 일을 시원스럽게 처리한다
남북조(南北朝)시대 북제(北齊)의 창시자 고환(高歡)은 선비족화(鮮卑族化)한 한족(漢族)으로 그의 부하도 대부분 북방 변경지대의 선비족이었다. 선비족의 군사는 난폭했지만 전투에는 용감했기 때문에 고환은 이러한 선비족 군사의 힘을 배경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환은 아들을 여럿 두고 있었는데 하루는 이 아들들의 재주를 시험해 보고 싶어 한 자리에 불러들였다. 그는 아들들에게 뒤얽힌 삼실 한 뭉치씩을 나눠주고 추려내 보도록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한 올 한 올 뽑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양(洋)이라는 아들은 달랐다. 그는 잘 드는 칼 한 자루를 들고 와서는 헝클어진 삼실을 싹둑 잘라버리고는(快刀亂麻) 득의(得意)에 찬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아버지 앞에 나아간 고양이 말하였다.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합니다(亂者須斬).” 큰일을 해낼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뒷날 문선제(文宣帝)가 된 고양은 백성들을 못살게 군 폭군(暴君)이 되었다. 게다가 술김에 재미로 사람을 죽이곤 했기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었다. 중신(重臣)들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머리를 짜낸 것이 사형수를 술취한 고양(문선제) 옆에 두는 것이었다. 북제서(北齊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잘 드는 칼로 어지럽게 엉클어진 삼을 벤다(快刀亂麻)는 뜻으로 오늘날의 쓰임새와는 달리 당초에는 통치자가 백성들을 참혹하게 다스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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