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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에서 1
자꾸만 산으로 기어오르는 응달진 비탈 자갈밭에는 우거진 세월만큼 흰눈이 쌓여 시린 꿩 허기진 발자국 어지러이 산 따라 밭으로 내리고 있다.
팔 남매 일궈내신 밭뙈기에도 지친 몸 편히 쉬일 한 뼘이 없어 먼 곳에 누워 계신 아버지
다시는 괭이 소리 들리지 않을 꿩이 놀다간 덤불 밑에는 덩굴에서 떨어진 멍가알 하나 오도마니 하얀 눈 위에 붉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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