臘日[납일] 납일
- 杜甫[두보] -
臘日常年暖尙遙[납일상년난상요] 예년 납일엔 따뜻함이 멀기만 하더니
今年臘日凍全消[금년납일동전소] 금년 납일에는 얼었던 것 다 녹았네
侵陵雪色還萱草[침릉설색환훤초] 눈빛 물리치고 원추리가 다시 돋고
漏泄春光有柳條[누설춘광유류조] 새어 나온 봄빛은 버들가지에 있네
縱酒欲謀良夜醉[종주욕모양야취] 실컷 술 마시며 좋은 밤을 취하고자
還家初散紫宸朝[환가초산자신조] 조회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오려는데
口脂面藥隨恩澤[구지면약수은택] 구지와 면약이 천자의 은택에 따라서
翠管銀罌下九霄[취관은앵하구소] 취관과 은앵에 담겨 높은데서 내려왔네
❍ 두보[杜甫] 성당기(盛唐期)의 시인으로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야로(少陵野老), 두릉야로(杜陵野老), 두릉포의(杜陵布衣) 등이 있다. 양양(襄陽) 지방 출신으로 과거에 응시했으나 실패하고 40대인 천보(天寶) 14년(755년)에야 비로소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안녹산(安祿山)의 난 당시 장안에서 반군에게 잡혔다가 탈출, 숙종(肅宗)의 진영에 합류하여 좌습유(左拾遺)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을 지낸 적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를 두습유(杜拾遺), 두공부(杜工部) 등으로 불렀고, 또 장안성 밖 소릉(少陵)의 초당(草堂)에서 지낸 적이 있기 때문에 두소릉(杜少陵), 두초당(杜草堂)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는 시선(詩仙) 이백(李白)과 함께 이두(李杜)로 불렸는데, 두목(杜牧)과 이상은(李商隱)의 합칭인 소이두(小李杜)와 구별하기 위해 대이두(大李杜)라고도 부른다. 문학을 발판 삼아 벼슬로 나아가려던 그의 꿈이 큰 성취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짧은 한때를 빼고는 평생을 가난과 병으로 고생을 겪어야 했다. 중국의 서북 지역을 유랑하다가 결국 병사했다. 벼슬살이와 달리 문학, 특히 시에서 이룬 성취가 대단하였다. 남긴 시가 1500여 수에 달하며 작품집으로 두공부집(杜工部集)이 있다. 후세 사람들에게 그 자신은 시성(詩聖)으로, 또 그의 시는 시사(詩史)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얻었다.
❍ 납일[臘日] 대한(大寒) 후 진일(辰日)이 납일(臘日)인데 이 날 지내는 제사를 납제(臘祭)라 한다. 따라서 음력(陰曆) 12월을 납월(臘月)이라 한다. 이 날은 사냥해서 얻은 짐승으로 선조(先祖)와 백신(百神)에게 제사(祭祀)를 올리며, 관민(官民)은 모두 술을 마시고, 궁중(宮中)에서는 근신(近臣)들에게 음식(飮食)과 물품(物品)을 하사하였다. 臘(랍)은 獵(렵)의 뜻이다. 사냥한 멧돼지, 산토끼 등의 고기를 바치는 납향(臘享)이 행해지는 날이어서 납일이라고 부른다. 한(漢)나라 때는 동지(冬至) 후 세 번째 술일(戌日)을 납일로 했다. 당대(唐代)에는 진일(辰日)을 납일로 하다가 송대(宋代)에는 한나라 제도를 따랐다.
❍ 침릉[侵陵] 남을 침해(侵害)하여 욕(辱)보임.
❍ 훤초[萱草] 원추리. 망우초(忘憂草). 모친(母親)을 의미가 있다. 향기가 없고 식용과 관상용 모두 가능하다. 본초강목(本草綱目) 훤초(萱草) 조문에 “새 속잎을 따서 나물을 만들어 먹으면 풍기가 일어나 취한 것같이 되어 모든 근심을 잊게 된다. 그래서 망우초(忘憂草)라 한다.”고 하였다. 금침채(金針菜), 황화채(黃花菜) 등의 별명도 있다. 고인(古人)들이 이것을 북당(北堂)에 많이 심었는데, 북당은 주부(主婦)가 거처하는 곳이므로, 전하여 남의 모친(母親)을 훤당(萱堂)이라고 부른다. 시경(詩經) 위풍(衛風) 백혜(伯兮)에 “어떡하면 원추리를 얻어서 북쪽 뒤꼍에 심어 볼까. 떠난 사람 생각에 내 마음만 병드누나.[焉得萱草 言樹之背 願言思伯 使我心痗]”라고 하였다.
❍ 종주[縱酒] 술을 마음껏 마심.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흠뻑 마시는 것. 가슴을 열고 마음껏 술을 마심. 두보(杜甫)의 시 ‘관군이 하남과 하북을 수복했다는 소식을 듣고[聞官軍收河南河北]’에 “한낮에 맘껏 노래하며 실컷 술을 마셨네, 푸른 봄날과 짝 이뤄 고향 가기 좋겠네.[白日放歌須縱酒 靑春作伴好還鄕]”라고 하였다.
❍ 자신[紫宸] 당(唐)나라 궁전 이름이다. 대명궁(大明宮) 안에 있어 천자가 여러 신하들과 외국 사신을 접견하고 조견(朝見)과 경하(慶賀)를 하던 내조(內朝) 정전(正殿)이다. 참고로 당나라 두보(杜甫)의 시 동지(冬至)에 “여장 짚고 눈 온 뒤에 붉은 골짝에 임하고, 패옥 울리며 아침이 오자 자신전에서 흩어지누나.[杖藜雪後臨丹壑, 鳴玉朝來散紫宸.]”라고 하였다. <全唐詩 卷231 冬至>
❍ 자신전[紫宸殿] 상제(上帝)가 거처하는 궁전인데, 당송(唐宋) 시대에 황제가 조정 백관과 외국 사신들을 접견하던 정전(正殿)의 이름으로 쓰여, 제왕이 사는 궁궐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 명칭은 중국이나 조선에서도 왕궁 정전(正殿)에 사용해 왔다.
❍ 구지면약[口脂面藥] 동한(冬寒)을 막기 위해 입술에 바르는 기름과 한열(寒熱)을 막기 위해 얼굴에 칠하는 약물(藥物)로 납일의 하사품이다.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의 기록에 의하면, 당나라 때에는 납일에 궁중에서 신하들에게 입술이 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구지(口脂), 얼굴에 바르는 면약(面藥) 및 기타 약물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 취관은앵[翠管銀罌] 취관(翠管)은 비취색(翡翠色)으로 장식한 상아통(象牙筒)을 말하고, 은앵(銀罌)은 은항아리를 말하는데, 옛날에 납일(臘日)이면 천자가 취관에는 입술 트는 데 바르는 연고인 구지(口脂)를 담고, 은앵에는 얼굴의 동상(凍傷)을 예방하는 면약(面藥)을 담아서 신하들에게 내렸다.
❍ 구소[九霄] 구천(九天)과 같은 말로 가장 높은 하늘을 이른다. 원래 도가(道家)의 용어로 신소(神霄)·청소(靑霄)·벽소(碧霄)·단소(丹霄)·경소(景霄)·옥소(玉霄)·낭소(琅霄)·자소(紫霄)·태소(太霄)를 이르나, 범연히 하늘을 뜻하기도 한다. 흔히 황제나 대궐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