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닷컴ː명시채집

하늘구경  



 

시래기 한 움큼 / 공광규
 글쓴이 : 하늘구경
조회 : 1,448  
 
시래기 한 움큼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겨졌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 나올 때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를 한 움큼 빼서 코에 부비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
반말로 호통치는 주인에게 회사원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막무가내 식당주인과 시비를 벌이고
멱살 잡이를 하다가 파출소까지 갔다
화해시켜 보려는 경찰의 노력도
그를 신임하는 동료들이 찾아가 빌어도
식당주인은 한사코 절도죄를 주장했다
한 몫 보려는 식당 주인은
그 동안 시래기를 엄청 도둑 맞았다며
한 달치 월급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시래기 한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
그는 야박한 인심이 미웠다.
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평생 주먹다짐 한 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
찬 유치장 바닥에 뒹굴다가 선잠에 들어
흙벽에 매달린 시래기를 보았다.
늙은 어머니 손처럼 오그라들어 부시럭거리는.
 
- 공광규 -
 
시집「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번호 제     목 조회
28 청노루 / 박목월 1222
27 고사(古寺) / 조지훈 1221
26 무덤생각 / 김용삼 1203
25 정님이 / 이시영 1176
24 사랑은 / 박재삼 1157
23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鄭芝溶) 1148
22 서울행 / 이시영 1137
21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 박재삼 1119
20 단 칸 방 / 허수경 1119
19 접동새 / 김소월(金素月) 1118
18 멧새소리 / 백석(白石) 1112
17 윤사월(閏四月) / 박목월(朴木月) 1112



 1  2  3  4  5  
 
 


졸시 / 잡문 / 한시 / 한시채집 / 시조 등 / 법구경 / 벽암록 / 무문관 / 노자 / 장자 /열자

한비자 / 육도삼략 / 소서 / 손자병법 / 전국책 / 설원 / 한서 / 고사성어 / 옛글사전

소창유기 / 격언연벽 / 채근담(명) / 채근담(건) / 명심보감(추) / 명심보감(법) / 옛글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