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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旌善) 아라리


- 작자미상 -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정선의 구명은 무릉도원이 아니냐

무릉도원 간데 없고 산만 총총하여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 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사시장철 임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정선 같은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

검은 산 물밑이라도 해당화가 핍니다

아우라지 건널 때는 아우러지더니

가물재 넘어갈 땐 가물 감실 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시냇물은 돌고 돌아 한 바다로 가는데

이 내 몸은 돌고 돌아 정선으로 왔네

육칠월 감자 싹도 삼재팔란을 겪는데

우리 정선 농투산이가 만고 풍상 안 격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앞 남산 실안개는 산허리를 감고 돌고

우리 님 두 팔은 내 허리를 감싸네

정선 읍내 일백오십호 몽땅 잠들어라

임호장네 맏며느리 데리고 성마령을 넘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앞 남산 저 두견새

고국 못가 불여귀를 부르네

앞 남산 뻐꾸기는 초성도 좋아

세 살 때 듣던 목소리 변치도 않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나즈미 맛만 같다면

올 같은 봄철에도 봄 살아나지

곤드레 개미추는 내가 뜯어 줄게

참나무 뜨렁치는 날 뜯어 주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네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무슨 야단 나야지

새로운 정분에 뼈골이 살살 녹는다

앞 남산 피나무 단풍은 구시월로 들고요

이 내 가슴 속 단풍은 시시때때로 드네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우리 어머니 나를 길러서 한양서울 준댔죠

한양서울 못 줄 망정 골라골라 주세요

잘 살고 못 사는건 둘의 분복 탓인데

중신애비 원망은 아예 하지 맙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삼신산 불로초도 풀은 풀이 아니냐

하루밤을 자고가도 님은 님일세

논두렁 밭두렁에 핀 꽃도 일반이요

오다가다 만난 님도 임은 임일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저 건너 저 묵밭은 작년에도 묵더니

올해도 날과 같이 또 한해 묵네

오라버니 장가는 명년에나 가시고

검둥송아지 뚝뚝 팔아서 날 시집 보내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부모동기간 이별할 때는 눈물이 질끔나더니

그대 당신 이별할라니 하늘이 핑핑도네

해달은 오늘 저도 내일이면 오련만

임자 당신은 오늘 가면은 언제 다시 오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정선군청 농업기수가 명사라고 하더니

촌 색시 호구조사는 왜 아니 오나

세상천지 만물지법은 다 잘 마련했건만

청춘과부 수절법은 그 누가 지었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해달도 삼재가 들면 일식일월을 하는데

정든님 마음인들 안 변할 수 있나

가는님 허리를 한 아름에 안고

죽여라 살려라 생사결단일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사시장철 물살을 안고 도는데

우리집 서낭님은 날 안고 돌 줄 모르네

노랑대구리 파뿌리 상투를

언제나 길러서 내 낭군 삼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왕모래 자락에 비오나 마나

어린 가장 품안에 잠자나 마나

앞 남산 딱다구리는 참나무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 저 멍텅구리는 뚜러진 구멍도 못뚫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봄볕이 좋아서 개울가에 갔더니

총각낭군 통사정에 돌베게를 비었네

시누야 올케야 말내지 마라

삼밭의 보금자리는 내가 쳐 놓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아들 딸 보려고 산제불공을 말고

야밤 3경에 오신 손님을 괄세를 마오

간난 아버지 길 떠난 줄 번연이 알면서

간난 아버지 어딜 갔냐고 묻길 왜 물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몰운동창 물방아는 열두공이를 쓰는데

요내 청춘은 멀로 생겨서 외공이도 못쓰나

심심산골 참매미는 말거미 줄이 원수요

우리 둘의 원수는 본 가장이 원수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36년간 피지 못했던 무궁화 꽃은

을유년 8월 15일 다시 만발하였네

사발 그릇이 깨어지며는 세 조각이 나는데

38선이 깨어지면 한 덩어리 된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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