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興八首[其八]추흥8수8 / 백발로 읊조리다 고개 떨구네
- 杜甫[두보] -
昆吾御宿自逶迤[곤오어숙자위이] 곤오산 어숙천은 구불구불 이어지고
紫閣峰陰入渼陂[자각봉음입미피] 자각봉 산그늘은 미피호로 들어가네
香稻啄餘鸚鵡粒[향도탁여앵무립] 향기로운 벼는 쪼다 남긴 앵무의 쌀이요
碧梧棲老鳳凰枝[벽오서로봉황지] 벽오동은 깃들다 늙은 봉황의 가지로다
佳人拾翠春相問[가인습취춘상문] 가인들은 비취 깃 주워 봄 인사 나누고
仙侶同舟晩更移[선려동주만갱이] 저물면 좋은 짝과 다시 한 배로 떠나네
彩筆昔曾干氣象[채필석증간기상] 예전에는 문장으로 기상을 추구했건만
白頭吟望苦低垂[백두음망고저수] 백발로 읊조리며 바라보다 고개 떨구네
❍ 곤오[昆吾] 한무제(漢武帝)의 상림원(上林苑)에 있던 지명이다. 지금의 섬서성(陜西省) 남전현(藍田縣) 서쪽에 있었다. 한서(漢書) 양웅전(揚雄傳)에 “한무제가 상림원을 넓혔으니, 동남쪽으로 의춘·정호·곤오에 이르렀다.[武帝廣開上林, 東南至宜春·鼎湖·昆吾.]”라고 하였다.
❍ 어숙[御宿] 어숙원(御宿苑). 어숙원(御宿苑)은 장안성(長安城) 남쪽에 있다. 삼보황도기(三輔黃圖記) 권4에 “어숙원은 장안성 남쪽 어숙천 안에 있다. 한무제(漢武帝)가 이궁(離宮)의 별관(別館)을 만들고 사람들의 통행을 금지하여, 왕래하며 구경하거나 이 가운데에서 유숙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어숙(御宿)이라 하였다.[御宿苑, 在長安城南御宿川中. 漢武帝為離宮別院, 禁御人不得入. 往來游觀, 止宿其中, 故曰御宿.]”라고 하였다.
❍ 어숙천[御宿川] 어숙천은 장안성 남쪽 40리쯤에 있는데, 동쪽으로 석오곡(石鰲谷)에 이르고 서쪽으로는 풍수(灃水)에서 끝나 동서 길이 50리, 남북으로 15리의 길지 않은 개천이다. 한무제(漢武帝)가 호수(滈水)의 물가를 따라 왕궁 별관을 지을 때 사람들의 왕래를 금지한 이후, 야간에 미복으로 궁을 나올 때는 이곳에서 잠을 자고 돌아갔기 때문에 어숙천(御宿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위이[逶迤] 에두른 길이 구불구불함. 길이나 산천 등이 구불구불 끊이지 않고 멀리 이어진 모양. 회남자(淮南子) 태족훈(泰族訓)에 “강물은 구비져 흐르며 멀리 갈 수 있고, 산은 완만히 기울어 높아질 수 있네.[河以逶迤故能遠, 山以陵遲故能高.]”라고 하였다. 또, 두보(杜甫)의 시 구일기잠삼(九日寄岑參)에 “진창길에서 벼슬하는 군자는 수레로 굳이 구불구불 갈 수 있지만, 벼슬 없는 소인은 빨리 달려가기 어렵다.[君子强逶迤 小人困馳驟]”라고 하였다.
❍ 자각봉[紫閣峰] 종남산(終南山)의 한 봉우리로, 자각산(紫閣山)을 이른다. 본래 이름은 자개산(紫蓋山)이다. 지금의 섬서성(陜西省) 호현(戶縣) 동남(東南) 쪽에 있다. 백거이(白居易)의 시 숙자각산북촌(宿紫閣山北村)에 “새벽에 자각봉을 돌아다니다, 해가 지면 산 아래 마을에서 잤네.[晨遊紫閣峰 幕宿山下村]”라고 하였다.
❍ 미피[渼陂] 미피(渼陂)는 섬서성(陝西省) 호현(鄠縣) 서쪽에 있는 호수 이름이다. 종남산(終南山)에서 흘러온 물이 이곳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노수호(澇水湖)로 들어간다. 전하는 바로는 이곳에서 생김새가 아름다운 물고기가 났다고 한다. 호송(胡松)의 유기(遊記)에 “미피의 위에 자각봉(紫閣峰)이 있고, 자각봉의 아래에 호수물이 매우 맑다. 산록(山綠)을 빙 둘러싸고 있는데, 사방의 넓이가 2~3리 정도 된다. 가운데는 연꽃과 물오리, 기러기 등이 있다.[雲誤陂上爲紫閣峰, 峰下陂水澄湛, 環抱山麓, 方廣可數裏, 中有芙蕖·鳧雁之屬.]”라고 하였다. 두보(杜甫)의 미피행(渼陂行)에 “미피호의 중간 남쪽은 순전히 산이 가라앉은 듯하고 움직이는 그림자는 잔잔한 물결 속에 일렁이네.[半陂以南純浸山, 動影裊窕沖融間.]”라고 하였다.
❍ 향도[香稻] 향기로운 쌀. 벼의 한 가지로, 까끄라기가 붉고 낱알이 희며 향기로운 맛이 있다. 잡곡에 대비해서 쌀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 앵무[鸚鵡] 사람 소리를 흉내내는 새로, 예기(禮記) 곡례 상(曲禮上)에 “앵무새는 능히 말을 하나, 날짐승에서 벗어나지 않는다.[鸚鵡能言 不離飛鳥]”라고 하였다.
❍ 벽오[碧梧] 푸른색의 오동나무.
❍ 봉황[鳳凰] 봉황(鳳皇). 경사스러움을 상징하는 상상상(想象上)의 새, 몸은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 꼬리의 모양 등을 하고, 키는 6척 가량이며 몸과 날개에는 오색의 빛이 찬란하고, 오음(五音)에 맞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오동나무에 깃들이고 대의 열매를 먹으며 예천(醴泉)을 마신다고 한다. 성천자(聖天子)가 나타나면 이 새가 나타나는데 뭇 짐승들이 따라 모인다고 한다. 용, 거북, 기린과 함께 사령(四靈)을 이루는데 중국 고대의 전설에 많이 나온다. 봉황새. 봉새. 봉조. <山海經 南山經>
❍ 가인[佳人] 아름다운 사람. 미인(美人). 백성이 임금을 지칭하는 말. 군자와 현인. 참하고 아름다운 여자. 사랑하는 마음을 얻게 하는 이성(異性)의 사람.
❍ 습취[拾翠] 비취새의 깃을 줍는다는 뜻인데, 옛날 부녀자들이 수식(首飾)을 위해 비취새의 깃을 주웠던 데서 온 말이다. 전하여 후세에는 흔히 부녀자들의 봄놀이하는 것을 지칭한다. 조식(曺植)의 낙신부(洛神賦)에 “밝은 구슬을 캐기도 하고, 비취의 깃을 줍기도 한다.[或採明珠 或拾翠羽]”라고 하였다. <六臣註文選 卷19>
❍ 습취[拾翠] 취조(翠鳥) 깃을 주음. 물총새의 깃털을 모아 머리에 장식하기 위해 주웠다고 한다. 후대에는 부녀자들이 봄놀이하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 상문[相問] 예물을 선사하여 정의(情意)를 표시하는 것이다. 시경(詩經) 정풍(鄭風) 여왈계명(女曰鷄鳴)에 “그대가 초대하여 오신 분임을 안다면 잡패를 선물할 것이며 그대가 사랑하는 분임을 안다면 잡패를 줄 것이며 그대가 좋아하는 분임을 안다면 잡패로 보답하리라.[知子之來之 雜佩以贈之 知子之順之 雜佩以問之 知子之好之 雜佩以報之]”라고 하였다.
❍ 선려[仙侶] 동행하거나 같이 노는 사람을 칭찬하여 이르는 말이다.
❍ 선려[仙侶] 음조(音調)의 이름.
❍ 채필[彩筆]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하는 데에 쓰는 붓.
❍ 채필[綵筆] 뛰어난 문장 실력을 뜻한다. 남조(南朝)의 강엄(江淹)이 꿈속에서 오색필(五色筆)을 곽박(郭璞)에게 돌려준 뒤로부터 미문(美文)이 나오지 않았다는 고사와 이태백(李太白)이 붓 끝에 꽃이 피는 꿈을 꾸고 난 뒤로부터 더욱 시상(詩想)이 풍부해졌다는 채필생화(綵筆生花)의 고사가 전한다. <南史 卷59 江淹傳, 開元天寶遺事 夢筆頭生花>
❍ 백두[白頭] 허옇게 센 머리라는 뜻로 노년을 이른다. 또는, 탕건을 쓰지 못했다는 뜻으로, 지체는 높으나 벼슬을 하지 못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참고로, 사기(史記) 추양전(鄒陽傳)에 “머리가 세도록 오래 사귀어도 초면과 같기도 하고 잠깐 길거리에서 만난 사이라도 구면과 같다.[白頭如新 傾盖如故]”라고 하였다.
❍ 백두[白頭] 백두음(白頭吟)의 약어이다. 고악부의 한 편인데 전한(前漢)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아내 탁문군(卓文君)의 작품으로 사마상여의 애정이 한결같지 않자 원망하며 지은 것으로 전해온다. 포조(鮑照)·이백(李白) 등도 같은 제목의 작품이 있다. <樂府詩集 白頭吟>
❍ 저수[低垂] 아래로 늘어뜨리다. 드리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