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계경[陳季卿] 어느 시대 사람인지는 자세하지 않으나, 이문실록(異聞實錄)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강남(江南) 지방에 살았던 진계경이 일찍이 진사(進士)에 응시했으나 낙제하고는 10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청룡사(靑龍寺)에서 종남산옹(終南山翁)을 만났다. 그런데 마침 동각(東閣)의 벽(壁)에 환영도(寰瀛圖)가 있는 것을 보고 진계경이 자기 고향 강남 길을 찾으면서 길게 탄식하며, “어떻게 하면 배를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꼬.”하자, 종남산옹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집에 가기는 어렵지 않다.”하고, 즉시 댓잎[竹葉]으로 배를 만들어 환영도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진계경이 이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점차 위수(渭水)에 물결이 일고 그 죽엽선(竹葉船)이 점점 커지므로, 이에 그 배를 타고 10여 일 만에 자기 집에 당도하였다. 그랬다가 하룻밤에는 다시 그 배를 타고 옛 길을 따라 가서 다시 청룡사에 들르니, 종남산옹이 아직껏 그대로 앉아 있으므로, 진계경이 종남산옹에게 이것이 꿈이 아니냐고 묻자, 종남산옹이 말하기를 “60일 뒤에 절로 알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후 과연 진계경의 처자(妻子)가 강남에서 달려와 진계경이 세상을 싫어한다고 말하고, 또 “아무 날 밤에 집에 돌아와서 서재(西齋)에 시(詩)를 써 놓았다.”고 하므로, 진계경이 그제서야 비로소 꿈이 아닌 줄을 알았다고 한다.